" 천문학 과제 아직이면, 같이 별 보러 갈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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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구불거리는 곱슬머리가 날개뼈 부근을 스칠 때, 볕이 비스듬히 새어 그 위로 쏟아지면 그 색이 멎어가는 노을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옅은 적발, 황금빛 어린 진주황빛 머리카락이 아마도 그를 떠올리게 하는 첫 번째 단상이리라. 유독 작은 얼굴 안, 대비되어 더욱 크게 뵈는 녹음의 눈과 한데 시선에 잡히면 그것은 여름과 가을 사이 꽃나무 같기도 했다. 그러니 채도 높아 선명하기 이를 데 없는 연두색의 눈이 두 번째의 단상이다. 연약한 듯 곧게 닿는 시선.
둥근 이마와 높지도 낮지도 않은 코, 옅은색의 작은 입술이며 약간은 도톰한 뺨, 가는 목 따위는 그의 작고 마른 몸집과 함께 덜 자란 인상을 주는 모양이었다. 첫만남에서 그의 나이를 한둘 어리게 짚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릴 적부터 또래보다 머리 하나는 작았으나 건강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으니 그저 유전이다. 하도 그런 사람들이 많아 담담히 나이를 내뱉는 목소리가 가지런했다.
말랐으니 더욱 깊이 파였을 쇄골부터는 보인 바 없다. 와이셔츠 단추를 어느 정도 잠그고 넥타이를 단정히 맨다. 넥타이를 누르는 조끼, 좁은 어깨를 넉넉히 둘러 감싸는 붉은 감의 망토. 반투명한 검은색 스타킹과 새까맣고 특징 없는 단화가 언제나 한 쌍처럼 따라붙었다. 추위를 잘 타지 않는 덕에 겨울에도 목도리 하는 법이 드물다. 보폭은 좁지만 걸음은 또박또박, 가지런히 무릎 위에 올려두는 손은 희고 작다. 체구가 작아 쉽게 잊혀지지만 언제나 허리를 곧게 피는 버릇이 들어있었다. 일말의 단정함이 자연스럽다.
지팡이
물푸레나무 / 유니콘의 털 / 11인치 / 견고한
성격
[ 일관적인 ㅣ 차분한 ㅣ 의지가 강한 ㅣ 스스로를 믿는 ㅣ 완고한 ㅣ 신중한 ㅣ 생각이 깊은 ㅣ 결단력 있는 ㅣ 대담한 ㅣ 고집 있는 ]
한 번 마음에 둔 것은 쉽게 바꾸지 않는 편이었다. 쉽게 마음을 내주진 않았으나 정이 든 것은 오래도록 아껴 곁에 두는 성미였다. 진득거리는 점성질의 집착은 결단코 아니었으나, 한 번 승낙하면 확고하게 좋아하여 물리지 않았다. 대상이 물건이든, 사람이든, 마음이든.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인형은 아직도 본가의 침실에 놓여있고, 즐겨 마시던 차의 종류는 여전히 입맛에 맞았다. 그런 요소들이 알알이 모이면 쉽게 바뀌지 않는 사람이 된다. 일관적인 사람이.
그런 점은 여지 없이 성격에 적용된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어른스럽고 차분하다는 소리를 듣던 아이는 내년 N.E.W.T를 칠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하거나, 더하였다. 예컨대 그의 침묵이다. 사소한 일에도 일단 생각하고 말하는 버릇을 들인 사람답게, 중대하다 싶은 일에는 함부로 입을 열지 않았다. 한 번 가만히 주위를 살피고는 본인이 흡족할 결론이 날 때까지 입술을 다문다. 그러나 이는 분명한 본인의 의지에서 기인한다. 소극성이나 미숙함에 말미암지 않는다. 여리고 무른 생김생이로 지레 짐작하는 몇몇 사람들의 오판에나 들어있을 얘기다. 그리핀도르라면 무릇 이럴 것이노라 여겨지는 틀에는 맞지 않을지언정, 그 어떤 위협이나 비웃음에도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본인이 만족할 때가 되어서야 움직일 테다.
그래서였다. 그가 한 번 행동에 나서면 주위 사람들은 감히 따라잡지 못할 만큼 빠르고 명확하게 모든 일을 매듭짓는 것은. 그리 고심을 해두니 미련도 후회도 더할 노력도 없었다. 조금 전까지 얌전하게 앉아있던 사람은 온 데 간 데 없는 모습은 사뭇 대담하기까지 했다. 호수처럼 깊이 모르게 잔잔했다가 뒤돌지 않고 단 한 번의 불타는 노을처럼 모조리 쏟아붓는다. 언제나 그의 시선은 선명했다.
기타
Liz, 1005, 천칭자리, 시스젠더 여성, 종려나무승리, 라리마조용한 관찰
1. 이름
이르게 돌아가신 이모로부터 물려받은 이름과, 살과 피를 물려준 어머니로부터 내려받은 이름과, 아버지의 가문으로부터 이어받은 이름을 안고 있는 자. 가까운 이들 사이에서의 애칭은 리즈(Liz). 애칭을 쉽게 허락하는 것과는 반대로, 이름의 다른 애칭으로 불리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2. 가족관계
어머니와 아버지, 단 둘. 옛적 아일랜드에 기원을 둔 순수혈통 시즈모어 가(家)의 하나뿐인 딸. 본디 손이 많은 가문이나 유독 당대에는 아이가, 특히 딸이 적어 친족을 둘러봐도 그뿐이다. 아버지가 가주의 차남이지만 본가보다는 돌아가신 이모의 자식들, 다시 말해 외사촌들이 있는 할리웰 가와 소통이 상당하다. 사촌들은 모두 졸업한 상태지만 함께 재학중이던 저학년 시절에는 꽤나 도움을 받았다고 그는 회고한다.
3. 학교생활
O.W.L 기준으로 약초학, 천문학 O. 마법약과 마법의 역사, 어둠의 마법 방어술 E. 그외에는 무난한 성적표였다. 모든 열정을 쏟아붓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공부를 도외시하지 않는 성실함이 돋보인다. 평소에는 존재감이 크지 않은 편인데, 이는 조용히 학창시절을 구가하려는 태도에 가깝다. 그리핀도르가 맞느냐는 소리까지 저학년 시절 들어봤을 만큼 어떤 일이든 함부로 나서지 않는 신중한 성격 탓이다. 교우관계는 대체로 좁고 깊으며 본인은 만족하는 눈치다.
4. 취미 및 특기
운동을 못하는 것은 아니요, 되려 능숙한 편에 가깝지만 그는 몸을 움직이는 일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퀴디치에도 재능이 있었지만 입부시험을 볼 생각을 추호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미루어 짐작 가능한 일이리라. 대신에 그가 즐기는 일상의 취미란 오후의 노근할 만큼만 다사로운 볕이 달보드레하게 내리쬐는 호수가에 보를 깔고 앉아 챙겨둔 샌드위치를 나눠먹는 일, 저물어가는 해며 늘어지는 땅거미를 아쉽게 일별하면서도 루모스 마법조차 무색토록 두둥실 떠오른 달 아래 빌려온 책을 읽는 일이다.
5. 이외의 호불호
好. 밀크티, 즙이 많은 과일류, 와인, 소설책, 호수가 및 모닥불 앞
不好. 너무 달거나 매운 맛, 온갖 맛이 나는 강낭콩 젤리-왜인지 늘 운이 별로였다-, 과도한 운동
6. 기타사항
- 어릴 때 몸이 약하게 난 편이라 잔병치레가 잦았다. 이제는 건강하나, 늘 부모님의 과한 염려가 현실의 무게로 화한 두툼한 편지봉투를 받곤 한다.
- 여리여리한 생김생이 덕분인지 평상시의 무표정이 비교적 가볍게 비치지만, 잘 세어보면 하루에 소리내어 웃는 적이 드물다.
- 애완동물은 따로 두지 않았다. 편지는 본가나 학교의 부엉이를 쓰곤 한다. 그들이 싫진 않지만 책임진다는 행위는 미성년이 홀로 해내기 조심스럽다는 이유였다.
- 직업생활은 아직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천천히 생각해도 좋다는 부모님의 과보호가 반, 현실에 눈 맞추는 것만으로도 바쁜 것 반. 그야, 전투가 코앞인 것을.
소지품
망원경
텍관
엘리자베스 M. 시즈모어 & 에로스 P. 트와일라잇
둘이 호숫가 산책하는 거 봤어? 리즈 입학식부터 둘이 나름 잘 맞는 모양이야. 에로스 손목에 팔찌, 반장을 축하한다고 리즈가 보낸거라며? 루비 팔찌인 모양이던데. 기뻐하는 걸 봤어.
엘리자베스 M. 시즈모어 & 테네스 E. 러벤트
"저도 모르게 장난을 걸게 되는 사이, 일까요?"
저학년 시절부터 가벼이 투닥대던 사이. 모닥불 앞을 좋아하는 리즈와 휴게실 소파에서의 잠을 즐기는 테네스가 금방 얼굴을 익히고 말을 섞은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상대의 가볍고 장난스러운 기색에 어느덧 휩쓸려 같이 농담이나 따먹는 패턴이 이젠 익숙하다. 리즈 외의 애칭을 타인에게 허락한 바 없건만, 상상도 못한 별칭으로 불러대니 오히려 우스워 유일하게 눈감아주고 말았다. 반쯤 반격하는 기분으로 선배와 테네스라는 호칭을 오가며 쓰고 있다. 평화로운 일상 속 친근한 이를 위하여, 차게 식힌 차를 소파 앞 테이블에 놓아두곤 한다.
엘리자베스 M. 시즈모어 & 스테이시 D. 페르빌리스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펜팔 친구. 아일랜드에서 발원했다는 공통점을 지닌 두 가문의 친분 아래, 동갑내기 둘의 편지도 쉽게 오갔다. 비록 같은 기숙사기를 바라던 둘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드디어 같은 학창생활을 보낼 수 있다는 게 어딘가. 성향은 크게 다르지만 호의는 여전, 평화로운 때가 도래하면 여행을 떠나자 거듭 약속하는 우정은 이상 무.
엘리자베스 M. 시즈모어 & 세레나 C. 오웬
1학년 때부터 같은 기숙사 룸메로, 리즈가 세레나를 깨워주는 걸로 하루를 시작해 수업도 함께 듣고, 애정이 담긴 잔소리로 서로를 챙겨주는 단짝 친구
엘리자베스 M. 시즈모어 & 지니아 A. 화이트
별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엮인 천체 관측 친구. 밤하늘을 보러 천문대에 가면 어쩐지 자주 보이는 얼굴 하나. 눈에 보이니 자연스럽게 말을 섞었고, 서로가 잘 맞는다는 것을 깨닫자 어느새 친한 친구가 되어 있었다. 웃음 섞인 감상을 나누며 아름다운 별을 올려다보고, 화성이며 목성의 위치를 짚어주며 과제를 함께하는 평화로운 밤들이었다. 천문학 수업을 들을 때는 당연히 옆자리. 문득 헤어지 기 아쉬워 통금시간을 탓해보기도 하는 예쁜 우정이었다